그리고, 기록/씀.

공허한 질문이 허공을 가로지르는 저녁

최식혜 2017. 9. 5. 20:37

지저귀는 새소리도, 살랑살랑 부는 바람도, 눈부신 햇살도 뒤로 한채 오늘도 어김없이 집 밖을 나선다. 빛나는 미래를 꿈꾸며 매일 꿈을 꾸었지만 지금은 텅 빈 머릿속이 더 편하다. 생각을 지우려 독서를 하고 영화를 보고 런닝을 한다. 매순간 주어지는 상황에 맞서지 않고 받아들이려한다. 순응하게 된 것이다. 주위에서 날아오는 화살에 맞아도 이제는​ 아프지않다. 방관자가 되어 멀리서 서성일 뿐이다. 웬만한 일에 슬프지도 기쁘지도 않다. 모두 지나갈 일이라고 생각한다. 모든 것은 내 것이었던 적도 없고 앞으로 내 것이 될 수도 없다. 내 존재도 그렇다. 언젠가 놓아주어야만 한다. 그래서 자꾸만 욕심이 사라진다. 꿈을 꾼지도 오래됐다. 인간은 꿈을 먹고 산다는데, 꿈이 없으면 무얼 먹고 살지? 공허한 질문이 허공을 가로지르는 저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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