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것/물건

소후란 / 아로마리치 스칼렛

최식혜 2021. 2. 24. 21:53

일본에 갈 때마다 늘 쟁여오는 섬유유연제. 복숭아의 단내와 꽃향이 섞여있다. '일본 특유의 향기'를 찾아서 약국 한켠에 앉아 여러 세제를 테스터 해봤는데, 이 섬유유연제가 내 코에는 가장 비슷했다. 사실 그것보다도 이 향 자체가 나는 너무 좋다. 이 향을 맡고 있으면 몽글몽글한 복숭아들이 내 주위에서 팡팡 터지는 기분이 든다. 몇통을 비워도 질리지 않는 향기로운 아이.

 

여담: 내가 해외여행을 가서 섬유유연제를 쟁여오게 된 계기가 있었다. 학생 신분으로 예비 신용카드도 없이 오로지 현금으로 돈을 환전해갔던 나는, 혹시라도 혹시혹시라도 외국에서 돈을 다 써버리거나 잃어버려서 국제 미아가 되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과 불안에 사로잡혔다. 실제로 요즘도 가끔 해외에서 돈이 없어 한국으로 돌아오지 못하는 꿈을 꾼다. 비싼 것을 먹고 즐기기에는 너무 무서워서 여행 마지막 날까지 돈을 아끼다가 너무 많은 돈이 남아버려서 무얼 살까 고민하던 차에 유통기한도 길고 집에 두고 쓸 수 있는 생활용품을 쟁여가기로 결심했다. 그런데 여행에 돌아와서 그런 생활 용품을 오랜 기간에 걸쳐 쓰다보니, 여행에 잔상과 추억이 길게 남아 피부로 오랫동안 그 나라를 즐길 수 있었다. 그래서 그 이후로 여행을 갈 때마다 열심히 생활용품을 쟁여오는데, 바다건너 나라에서 무거운 짐을 들고 오는 것은 힘들어도 그 나라의 조각을 한동안 느낄 수 있어서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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