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것/음식

종각역 굽네치킨 / 고추 바사삭

최식혜 2017. 8. 25. 22:43

친구와 시청역 근처로 호텔놀이 갔을 때, 시켜먹었던 굽네치킨의 고추바사삭. 이 날(7월 22일), 아침부터 배는 살살 아팠고 비는 추적 추적 내렸다. 직장에서 여름휴가를 받고 모처럼 기분 전환으로 놀러가는 길이라 아픈 내색을 하고 싶지 않았다. 체크인을 하고 친구와 명동 교자를 먹으려고 명동역으로 향했다. 북적이는 명동 거리를 걷고, 롯데백화점에 1층에서 이곳 저곳 돌아다니며 립 컬러 테스트를 받았는데, 웬걸 갑자기 머리가 아프기 시작했다. 너무 놀라서 그 순간 어떤 코스메틱 브랜드의 어떤 립글로즈를 바르고 있었는지도 기억난다. 내가 겪어본 어지러움 중에서도 가장 강력했다. 몸에 땀구멍이 다 열리면서 식은 땀이 흘렀고, 머리는 빙핑핑 돌고, 앞이 안보였다. 나는 앞이 안보일 정도로 어지러웠다는 말이 무슨 뜻인지 그때 처음 알게되었다. 친구에게 "나 앞이 안보여.. 죽을거 같아"라고 말했고, 놀란 친구에게 기대서 재빨리 택시를 잡아서 다시 호텔로 돌아왔다. 생각해보면 참 재밌는게, 당시 정신을 잃고 쓰러지는 순간에도 내 자신을 걱정하는게 아니라, '아, 이 사람 많은 명동 백화점에서 쓰러지면 다른 사람들이 날 뭐라고 생각할까?'라는 생각이 들어 걱정이 되었다. 자신을 사랑하자고 늘 외치는 나도 이런 순간에는 어쩔 수 없이 또 남의 눈을 의식했다. 아직도 내 자아는 더 많은 성장을 필요로 하는 것 같다. 방으로 다시 돌아와 편한 옷으로 갈아입고 포근한 호텔 침구에 들어가 있으니 배가 고파왔다. 불과 몇분전에 정신을 잃고 백화점 한복판에서 쓰러진 사람이 맞은가 싶었다. 그래서 주문했던 굽네치킨의 고추바사삭. 보통 치킨을 먹을때면 처음에는 맛있다가 중반부터는 느끼한 맛에 치킨무에 의지하게 되는데, 고추바사삭은 느끼한 맛이 없는 점이 맘에 들었다. 이름은 고추 바사삭이지만, 내 입맛에는 그렇게 많이 맵지는 않았다. 사진에 보이는 망고링고와 먹으니 궁합이 참 잘 맞았다.

굽네치킨, 고추바사삭 / 16,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