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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한다는 것. 기억의 수명을 늘리는 것.

사회생활을 하다보면 사람들에게 내가 맛있게 먹었던 음식점을 추천할 때가 많다. 그런데 희안하게도 사진을 찍었거나 블로그에 기록을 했던 음식은 어느 지역이었고, 맛은 어땠고, 주변에 평가는 어땠는지 어느정도 기억이 있는데, 그렇지 않은 음식은 아.. 먹긴 먹었는데.. 이게 어땠더라? 하고 기억을 떠올려 보지만 시간이 꽤 걸린다. 이번에도 내가 먹었던 음식을 친구에게 소개시켜주고 싶었는데 그 기억이 너무 희미해서 머릿속을 더듬거리고 있는 나를 느낄 수 있었다. 그래서 기록하려한다. 그게 어려우면 사진이라도 남겨놓으려 한다. 조금이라도 남겨두고 싶어서이다. 기록하지 않으니 내가 지금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내 스스로도 놓치고 있을 때가 많다. 사회에서 주목받는 위치가 아니어도, 친구가 많지 않아도, 소극적인 ..

소후란 / 아로마리치 스칼렛

일본에 갈 때마다 늘 쟁여오는 섬유유연제. 복숭아의 단내와 꽃향이 섞여있다. '일본 특유의 향기'를 찾아서 약국 한켠에 앉아 여러 세제를 테스터 해봤는데, 이 섬유유연제가 내 코에는 가장 비슷했다. 사실 그것보다도 이 향 자체가 나는 너무 좋다. 이 향을 맡고 있으면 몽글몽글한 복숭아들이 내 주위에서 팡팡 터지는 기분이 든다. 몇통을 비워도 질리지 않는 향기로운 아이. 여담: 내가 해외여행을 가서 섬유유연제를 쟁여오게 된 계기가 있었다. 학생 신분으로 예비 신용카드도 없이 오로지 현금으로 돈을 환전해갔던 나는, 혹시라도 혹시혹시라도 외국에서 돈을 다 써버리거나 잃어버려서 국제 미아가 되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과 불안에 사로잡혔다. 실제로 요즘도 가끔 해외에서 돈이 없어 한국으로 돌아오지 못하는 꿈을 꾼다...

백예린 / Bye bye my blue

난 왜 니가 가진 것들을 부러워하는 걸까 감당하지도 못할 것들을 손에 꼭 쥐고서 여기서 무얼 얼만큼 더 나아지고픈 걸까 너도 똑같은 거 다 아는데 내가 이기적인 걸까 많이 가져도 난 아직 너 같진 않아 아픈 기억들 위로 매일 혼자 걸어 난 아플걸 알아도 자꾸 마음이 가나 봐 그래서 자꾸 네게 욕심을 내나 봐 나의 나의 나의 그대여 이름만 불러봐도 맘이 벅차요 난 더욱 더욱 더욱 크게 되어 널 가득 안고 싶고 그래요 하고 싶은 말을 하는 게 불안해서 너를 밀어내고서 불편하게 만들어 듣고 싶은 말이 너무나 많은데도 바라지를 못하고 마음 아프게 기다려 나의 나의 나의 그대여 이름만 불러봐도 맘이 벅차요 난 더욱 더욱 더욱 크게 되어 널 가득 안고 싶고 그래요

사당역 / 돈짱맛짱 부추삼겹살

오랜만에 만난 대학동기와 갔던 부추삼겹살집. 제일 유명한 집은 사람이 많고 음식점 내부가 비좁아서 옆집으로 왔는데 직원분들도 친절하시고 맛있었다. 상추에 달달한 부추구이, 김치, 삼겹살을 얹고 한입 먹으면 크으으~~!! 엄지척이 절로 나온다. 너도 알고 나도 아는 익숙한 맛이지만 그만큼 부담없고 편안하게 먹을 수 있는 메뉴. 자극적인 맛을 싫어하는 사람은 부추 양념이 조금 달게 느껴질 수도 있을 것 같다. 돈짱맛짱 / 부추삼겹살 1인분 7,000원

건대입구역 / 경성양육관

퇴근 후 친구와 갔던 양꼬치집. 둘다 먹는 양이 적어서 양꼬치 2인분+옥수수국수 1인분을 먹었는데 너무 배불러서 옥수수국수는 많이 남겼다. 많이 먹는 친구랑 갔을 때는 양꼬치 2인분, 꿔바로우, 옥수수국수에 칭따오까지 싹싹 먹었었는데..ㅋㅋ 양꼬치를 처음 접해본 집인데 냄새도 많이 안나고 먹기도 좋아서 양꼬치가 땡길 때마다 이 집을 찾게된다. 단! 가게 안이 매우 시끄러우니 좋은 분위기를 기대하면 안된다. 경성양육관 / 양꼬치 1인분 13,000원, 옥수수면 6,000원

내방역 / 미미치킨

퇴근 후에 방문한 내방역 미미치킨. 내방역에서는 유명한 치킨집이라고 한다. 양념치킨 한마리, 고추치킨 한마리를 시켰다. 사진에는 안나왔지만 고추치킨을 시키면 고추가 섞인 매운 소스가 나온다. 매운걸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엄청 좋아할 듯. 자리가 좁은게 단점이지만, 치킨이 바삭바삭하고 맛있어서 감수할 수 있는 불편함이다. 같이 나오는 샐러드와 치킨 무도 맛있다. 처음 가보는 사람이라면 고추치킨을 시키는 것을 추천한다. 매운 걸 못먹는 사람은 소스를 찍지 않고 후라이드 치킨만 먹으면 되고, 매운걸 좋아하는 사람은 소스를 찍어먹으면 되기 때문이다. 미미치킨 /고추치킨, 양념치킨 (17,000원)

사당 조가네족발왕 / 양념족발, 허니마늘족발

사당 근처에 왔다가 족발이 먹고싶어서 갔던 조가네족발왕. 족발은 아무래도 먹다보면 물리는 경향이 있어, 반반 메뉴로 초이스했다. 매콤한 양념족발과 달달한 허니마늘족발의 궁합이 참 좋았다. 쌈채소에 채소를 넣어 먹으니 끊임없이 먹을 수 있었다. 메뉴에 삼학소주가 있어서 호기심에 주문해봤는데 맛은 평범했다. 조가네족발왕 / 양념족발+허니마늘족발 (中 33,000원 , 大 37,000원)

공허한 질문이 허공을 가로지르는 저녁

지저귀는 새소리도, 살랑살랑 부는 바람도, 눈부신 햇살도 뒤로 한채 오늘도 어김없이 집 밖을 나선다. 빛나는 미래를 꿈꾸며 매일 꿈을 꾸었지만 지금은 텅 빈 머릿속이 더 편하다. 생각을 지우려 독서를 하고 영화를 보고 런닝을 한다. 매순간 주어지는 상황에 맞서지 않고 받아들이려한다. 순응하게 된 것이다. 주위에서 날아오는 화살에 맞아도 이제는​ 아프지않다. 방관자가 되어 멀리서 서성일 뿐이다. 웬만한 일에 슬프지도 기쁘지도 않다. 모두 지나갈 일이라고 생각한다. 모든 것은 내 것이었던 적도 없고 앞으로 내 것이 될 수도 없다. 내 존재도 그렇다. 언젠가 놓아주어야만 한다. 그래서 자꾸만 욕심이 사라진다. 꿈을 꾼지도 오래됐다. 인간은 꿈을 먹고 산다는데, 꿈이 없으면 무얼 먹고 살지? 공허한 질문이 허공..